지난 10년 간 외국에 살면서 해마다 명절이 되면 왠지 모를 서운함과 허전함 그리고 막연한 향수가 느껴졌다.
그것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며, 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소외감과는 또 다른 소외감이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가족간에 경사(慶事)가 나서 잔치가 벌어졌는데
나만 어두운 골방에 갇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해야만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헉;;;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좀 섬뜩하다.
설이 되어도, 추석이 되어도 특별히 찾아오거나 연락이 오가는 사람이 없고
떡국이나 송편을 해 먹으면서 적적함을 달래고 싶지만 딱히 한국 음식 재료도 구할 방도가 없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대부분의 나라들은, 도시를 온통 뒤져도 한국인을 찾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한국 사람이 그리워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면 바쁘다며
다음에 길게 통화하자고 빨리 끊기를 은근히 재촉한다.
명절이니까 당연히 바쁠거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서운한 마음은 쉬 달래지지 않는다.
원래 '나'라는 사람은 어딜 가든 혼자서 씩씩하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사는 스타일이지만
이상하게도 1년에 두차례 찾아오는 큰 명절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하는데,
나의 심리 상태가 왜 그런지 당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랬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사건'이나 '사실'을 추적하지 말고 '감정'을 추적해야 한다고...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이 허전함의 기원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엄마 아빠를 떠나 혼자 사시는 이모집에 보내진 적이 많았다.
6.25가 나던 해, 갓 결혼한 젊은 나이에 청상과부가 된 이모는 방학이 되면 나만 특별히 부르셨다.
나를 양녀 삼고 싶어 할만큼 끔찍히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세명의 동생과 나,,, 이렇게 일곱 식구가 왈자지껄 살다가
나 혼자서만 뚝 떨어져서 적막하고 생경한 이모네 집에 갔을 때의 그 느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외로운 느낌이었다.
'지금쯤 집에서는 저녁을 먹고 나서 과일을 많이 먹으려고 쟁탈전이 벌어졌겠군...'
'이제 TV 앞에 오손도손 모여서 전설의 고향을 보며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불을 밀고 당기겠지.'
이런 생각들로 어린 나의 마음은 혼자서만 느끼는 애정결핍증 같은 증상을 겪었다.
그런 허탈감은, 우리 집안 딸 넷 중에 나만 유일하게 왼손 엄지 손가락을 빨고
오른손 손가락으로는 머리카락을 꼬는 습관이 생기게 했다.
손가락 빠는 습관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었고 머리카락을 꼬는 습관은 10대 이후에 사라졌다가
20대 후반에 다시 생겨 잠을 자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꼬는 통에 아~주 그냥 죽을 맛이다. 뜨핫 T,.T
이모 사랑을 독차지하며 좋은 음식과 예쁜 옷을 경쟁자(동생들)없이 혼자 누리는데
왜 애정결핍증세가 나타났을까?
아무래도, 조용하고 차분한 이모집보다 떠들썩하고 시끌벅적한 우리집이 더 좋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이모 사랑보다 터프하게 소리지르는 엄마의 사랑이 더 그리웠나보다.
나만 먼 곳에 뚝 떨어뜨린 채 자기들끼리만 축제 분위기처럼 즐거워 하는 것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느껴지다니...
어릴 적 방학 때마다 느꼈던 그 느낌, 바로 그것이다.
무척이나 놀랍다.
마음이 허하거나 속이 상할 때면 어느 정도는 맘 속 깊은 곳의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어렸을 때에는 손가락을 빨고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림으로써 욕구를 해소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내가 나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며 정신없이 책을 탐독하기도 했다.
아~ 물론 사람이 그리워 생긴 병이니 만큼 사람들을 만나면서 해결하기도 한다.
결코 남이 나를 찾아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가 먼저 찾으면 된다.
이번 추석에도 '사람'좋아하는 나는 해외에서의 쓸쓸한 명절을 그저 쓸쓸한 채 내버려 두지 않을 작정이다. 히~~!
친한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계획이며 벌써 음식도 주문해 놓았다.
그 음식이란?
송편이나 잡채가 아니다.
바로 ㅋㅋ 양고기 바베큐이다.
양을 오랜 시간 숯불 위에서 통째로 굽는,
메슈이(méchoui) 라는 이름의 요리이다.
얼마나 맛있는지 둘이 먹다가 한명이 자빠져도 모를 음식이다. 후훗;;
이거 먹다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도저히 맛이 없어서 목에 넘길 수가 없다.
이렇게 나 나름대로 명절 분위기를 변형시키는 바람에 떡국을 추석때 먹어야 하는건지 송편을 설에 먹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하지만 어떠랴~!
쓸쓸한 명절보다는 퓨전 명절이 더 좋은 것을 !!!!
<새라와 함께 떠나는 아프리카 사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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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퓨전명절이 쓸쓸한 명절보다 훨씬 낫지요.
2009/10/04 02:33그래도 저희는 동양권 국가에 살고 있어서 추석이 화려하고, 시끌벅적해서 사람사는 냄새가 나요.
새라님 더 먼 타국에서지만 마음만은 행복하고 넉넉한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
홍콩달팽맘님
2009/10/07 06:21즐거운 추석 보내셨나요?
홍콩도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명절이 있나봐요.
부러워요. ^^
외로운 제 마음을 달래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