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L'Elégance du Hérisson)>을 어떻게 만났나?
내가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지난 여름 압구정동 CGV 에서였다.
CGV는 영화를 보는 곳이라 그곳에 책이 있을리 만무하지 않겠냐는 추측을 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는 무척 독특하고도 럭셔리한 북까페가 있다.
압구정동 CGV 별관 1층의 북까페를 지칭하는 이름이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한국을 떠나온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떠오르질 않는다.
혹시, 특별한 이름이 없었는데도 있었던 것처럼 혼자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까페는, 영화관람을 위해 티켓을 끊고난 후 상영 시각까지 기다리는 관객을 위한 까페였다.
주문을 받는 바의 맞은 편에는 벽면 모두 책을 가득 꽂을 수 있는 책장이 있다.
책들은 까페를 이용하는 고객들로부터 기부받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는 대중에게 널리 이름난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기부한 책도 꽤 있었다.
기부자에게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벽면을 책들로 가득 쌓이게 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있을까?
나는 지난 여름, 영화와는 상관없이 시원하고 아늑한 그곳에서 두 아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학구적인 서재 분위기의 그 까페는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고,
볼수록 탐스러운 장소였으므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란 어떤 책인가?

소설가이자 철학 교사인 뮈리엘 바르베리 (Muriel Barbery) 는 <고슴도치의 우아함> 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행운아다.얼핏 이름만 봐서는 남성인 듯 하지만 실상 작가는 가녀린 여성이다.
그녀의 작품,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프랑스 출판계의 10년만의 이변이자 성공이라고 할 만큼 장기 베스트셀러였다.
프랑스에 이어 영국,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에서도 이례적인 인기를 누렸고 특히 뉴욕타임스 6주 연속 베스트셀러였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2008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들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그 명단 중, 뮈리엘 바르베리는 5위,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은 9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야기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고매한 철학의 경지에까지 이른 쉰 네살의 수위 '르네'와 16살이 되는 생일날 자살하기로 결심한 천재 소녀 '팔로마' 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회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급 아파트, 그르넬 가 7번지 아파트 구조와 그 거주자들
0층 르네의 수위실겸 집, 고양이 레옹, 쓰레기장, 공동건물
1층 드 브로이, 베르나데트 드 보로이
2층 A 뫼리스, 안느 엘렌 뫼리스, 강아지 아테나
2층 B 로젠, 자생트 로젠
3층 A 생 니스, 울랭프 생 니스
3층 B 바드와즈, 디안느 바드와즈, 강아지 넵튠
4층 아르텡스, 안나 아르텡스, 장 아르텡스, 비올레트 그를리에, 베르나르 그를리에
5층 조스, 솔랑쥬 조스, 콜롱브 조스, 팔로마 조스, 고양이 두 마리(헌법, 국회)
6층 팔리에르, 사빈느 팔리에르, 앙트완느 팔리에르
자신의 명석함과 따뜻한 마음을 끝까지 숨기려드는
희귀한 수위, 소설 속 인물 "르네"
그녀는 스탕달, 톨스토이, 프루스트에서 에미넴까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블레이드 러너>까지,
라파엘과 베르메르에서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와 감독 오주 야스지로까지,
특히 다도, 바둑 등 아시아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존하는 건물 관리인 중 몇 안되는 희귀한 수위 중 하나이다.
그녀는 자식도 없고 TV도 보지 않으며 신도 믿지 않았다.
즉 삶이 인간에게 더 '수월'하게끔 다져놓은 이 모든 오솔길을 걸은 적이 없다.
자식은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미루게 도와주며,
TV는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우리 존재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계획하고 기분을 전환하게 하여
마침내 우리의 눈을 농락해 생의 걸작을 남기지 못하게 정신을 날려버린다고 르네는 생각한다.
입주자들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할 뿐 아니라 겸손하기까지 하다.
우아한 고슴도치처럼...
그런 그녀가 부촌 아파트에 새로 이사온 일본인 신사에게 마음을 빼앗기는데...
이 세상 모든 수위들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위는 대부분 직업 전선에서 은퇴한 남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프랑스의 수위는 과부나 독신 여성이 대부분으로, 그들은 주로 아파트 0층에 살면서
건물관리부터 우편물관리까지 여러 다양한 일을 맡아놓고 한다.
프랑스 아파트 수위의 전형적인 모습을 묘사하자면...
일반적으로 그들은 무식하고 고집이 세며 남의 말은 잘 듣지 않는다.
게다가 신경질적이고, 조금이라도 약해보이고 가난해 보이면 사정없이 짓밟는다.
프랑스 리용(Lyon) 이라는 도시의 어느 작은 아파트에 살았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 우리 아파트의 수위는 작은 강아지를 키우며 혼자 살고 있던 여성이었다.
내 몸 두께의 약 서너배는 족히 될만한 부피의 몸집과 붉은기가 도는 짧은 금발머리를 지녔던 그녀는
아마 동부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아니었나 추측된다.
말할 때는 여느 프랑스인과 동일한 본토 불어를 구사했으나 두발 색상은 물론, 창백한 듯 흰 피부색하며
광대뼈가 살짝 나온 얼굴 윤곽은 그녀가 슬라브계 이주민임을 확신시켜 주었다.
얼마나 인종차별이 심했던지 우리에게 온 우편물도 함부로 취급했고 복도 청소를 할 때면 언제나
빗자루나 쓰레받기로 우리집 현관문을 쾅쾅 치곤했다.
그 당시만 해도 외국인과 맞서서 기싸움을 하리라는 생각도 못했을 때이므로 그냥 당하고만 살았다.
사실, 그때는 내가 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빗자루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현관문을 칠 때 문을 확~ 열어서 조용히 하라고 주의라도 줄걸... 하는
후회가 이제야 드니, 나도 어지간히 눈치가 없었던 모양이다.
집을 빼고 이사를 나오는 날까지 그 수위는 야만적이고 천박한 인종차별주의를 드러냈는데,
하고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삿짐은 묵인하면서 유독 우리에게만 주위 환경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딴지를 걸며 이삿짐을 1층에 내놓지 못하도록 했다.
그로인해 이사를 나가면서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파리의 어느 아파트에 살았을 때 역시 고양이를 키우는 아랍계 독신여성이 수위였는데
그녀 또한 프랑스인들에게는 온갖 교태어린 표정과 몸짓으로 살랑거리다가
우리에게는 엄격하기 그지없는 사감선생으로 돌변해 버리는 대단한 인종차별주의자(Racist)였다.
프랑스 아파트는 각 집마다 지하에 자신들만의 창고가 있다.
우리 아파트에도 창고가 있었는데 집집마다 자신의 창고 열쇠는 각자 본인이 가지고 있지만
창고로 들어가는 메인 도어 열쇠만큼은 수위가 가지고 있었으므로
창고에 들어갈 때마다 0층에 사는 수위의 도움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하루는 이상하게도 프랑스 할아버지와 내가 함께 서 있는데
프랑스 할아버지만 들여 보내주고 내게는 창고에 못들어 가게 했다.
이유인즉, 자신이 일을 마친 저녁시간에 찾아왔기 때문이라나...
그러면 그 할아버지는 왜 들여 보내줬을까?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 급하게 누군가에게 줘야 했기 때문에
다급한 상황이었는데도 수위는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
그래서 나는 수위의 집 앞에서 한참동안 벨을 눌렀고 그녀는 그런 나를 경찰에 고발해 버렸다.
이 시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우아하고 교양이 넘치는 1人이 아쉬운 때이다.
어딜 가더라도 제일 힘있는 사람은 그곳의 짱(長)이 아니라 수위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모든 문으로 통하는 마스터 키를 가지고 있는 자가 바로 수위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도, 관공서에 가도, 쇼핑센터에 가도 나는 가장 처음 마주치는 수위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사실, 수위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길뿐더러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며 업신여기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수위라는 존재의 가치를 높게 산다.
그러나 많은 수위들은 그런 순수한 생각을 단숨에 짓밟아 버린다.
특히 히스테리 성향이 강한 프랑스 아파트의 수위들은 만만치 않은 강적이다.
정녕코 소설 속에 나오는 "르네"와 같은 수위가 없단 말인가.
우리에게는 우아하고도 교양이 넘치며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일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완수함에 있어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되짚어 보면 우리 역시 인종차별하는 프랑스 수위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비치기도 한다.
제3 세계로부터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보며
우리도 인종차별주의에 절은 히스테릭하고도 무식한 프랑스 수위와 같이 꽉막힌 사람은 아닐까?
꼭 반성해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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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무튼 햄버거 가격은 장난 아니었겠죠? ㅎㅎㅎ
2010/01/05 03:35여기 브라질에도 햄버거 전문점들이 있는데, 어떤 햄버거는 50헤알(30불)이 넘는 녀석들도 있답니다.
그런데 가면 두 손으로 잡고 뜯기가 정말 민망해진답니다. ^^
서울 이태원에 모로코 식당이 있다는데..언제 한번 가보려구요..
2010/02/05 07:47미국에 있을땐 폼나게 포크와 나이프로 먹고, 유럽에 있을 땐 마초적 매력을 풍기며 이빨로 뜯어야 하는거...?
2010/02/10 13:31흰곰팡이치즈 증말 맛있어 보이네요 ^^
2010/02/20 00:27저두 아직 브리에와 까망베르의 차이를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둘다 넘 맛있어서 좋아 합니다.
안녕 하세요
후안님 블로그에서 묻어 왓습니다.
제딸님 이름이 세라라서 궁금하기도 했었구요 ^^
반갑습니다.
우와.. 햄버거 먹고 싶어지네요.. 나이프와 포크로..^^
2010/03/07 06:06